재료의 파괴조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복합응력 상태에서 재료가 언제, 어떻게 파손되는지를 예측하는 것은 구조물 설계와 산업안전의 핵심 요소다. 특히 고체 역학이나 파괴역학에서 다루는 여러 파손조건들은 각각 다른 가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선택과 적용이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최대수직응력 조건, 최대전단응력 조건, 8면체 전단응력 조건의 비교를 포함하여 Coulomb-Mohr 조건과 그 수정 형태까지 고찰하며, 이론적 기준이 실제 재료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3가지 기본 파손조건의 비교
복합응력 하에서 재료의 항복 또는 파괴를 예측하는 주요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최대수직응력조건: 주응력 중 가장 큰 수직응력이 재료의 인장강도를 초과할 때 파괴가 발생한다고 본다.
- 최대전단응력조건: 주응력 차이의 절반, 즉 최대전단응력이 항복전단응력을 초과할 경우 항복으로 간주한다.
- 8면체전단응력조건: 3개 주응력의 차이를 기하학적으로 결합하여 구한 8면체 면에서의 전단응력을 기준으로 한다.
이 중에서 연성재료에 대한 항복예측에는 8면체 전단응력 조건이 실험 결과와 가장 잘 부합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각 조건은 그 특성상 단순하거나 특정 방향 응력이 우세한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므로, 조건 선택 시 신중함이 필요하다.
2. 응력집중과 재료 특성의 고려
현실의 재료는 이상적인 균일체가 아니다. 노치, 기공, 절단부 같은 미세결함은 응력집중 현상을 유발하여 국부적으로 파괴를 유도한다. 특히 취성재료의 경우, 이러한 응력집중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급격한 파괴가 발생한다.
반면 연성재료는 국부 항복 후 소성변형이 넓게 퍼지면서 응력집중 효과가 완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같은 하중조건이라도 재료 특성에 따라 파손 조건이 달라지므로, 재료의 인장강도와 항복강도 외에도 연성/취성 거동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3. Hill의 비등방성 항복조건
일반적인 파손조건은 등방성 재료를 전제로 하지만, 압연강판이나 복합재료처럼 방향성 특성을 가진 재료에서는 비등방성을 고려한 모델이 필요하다. Hill의 항복조건은 이런 직교이방성 재료의 거동을 예측하기 위한 대표적인 조건으로, 각 방향의 항복강도 및 전단강도를 매개변수로 설정하여 파괴 조건을 정의한다.
예를 들어, 𝜎𝑋, 𝜎𝑌, 𝜎𝑍, 𝜏𝑋𝑌 등의 값을 실험을 통해 추정한 후, 그 값들을 식에 대입하면 실제 재료의 파괴 응력 범위를 예측할 수 있다. 고정밀 설계나 고성능 구조물 해석 시 유용한 모델이다.
4. Coulomb-Mohr 파괴조건의 활용
Coulomb-Mohr 조건은 전단응력과 수직응력의 선형 조합이 임계값을 초과하면 파괴가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특히 취성재료, 암반재료, 콘크리트 등과 같은 압축에 강하지만 인장에 약한 재료에 적합한 모델이다.
파괴선은 주응력 상태에서의 최대전단응력에 수직응력의 기울기를 곱해 형성되며,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포락선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최근에는 이 조건을 보완한 수정된 모어 조건이 다양한 재료에 적용되고 있다.
5. 실무적 적용 시 고려사항
이론적 파손조건은 실제 재료 시험 결과 및 파괴 메커니즘과의 정합성이 핵심이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 취성재료는 최대수직응력 또는 Coulomb-Mohr 조건 기반으로 해석
- 연성재료는 8면체 전단응력 조건이 일반적으로 적합
- 이방성 재료 또는 복합 하중 상태에서는 Hill 조건 또는 수정된 모델 적용
안전계수의 도출 또한 이 파손조건을 기반으로 하며, 주어진 응력상태에 따라 유효응력을 구한 후 재료 강도와의 비율로 계산한다. 따라서 조건 선택의 적절성이 구조물의 안전성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