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수를 막는 3E전략 - Engineering, Enforcement, Education
인간 실수를 막는 3E 전략 – Engineering, Enforcement, Education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다. 하지만 실수가 곧 사고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실수를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예방하느냐다. 이를 위해 고안된 대표적인 사고 예방 전략이 바로 3E 전략이다.
Engineering(설계), Enforcement(관리·감독), Education(교육)의 세 축으로 구성된 이 전략은, 단순한 규칙이나 훈계가 아닌, 구조적인 대응을 목표로 한다.
3E 전략은 사고를 줄이기 위한 ‘기본 구조’이며, 산업현장, 병원, 항공사, IT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실수는 어느 조직에서나 일어나지만, 그 실수를 체계적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은 조직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Engineering – 실수를 줄이는 설계
실수를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애초에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인간공학(Ergonomics)과 직결되며, 작업자의 행동 흐름, 시야, 인지 능력 등을 고려한 설계가 중심이 된다.
예를 들어, 버튼의 색상이나 배치가 직관적이지 않으면 잘못 누를 수 있다. 작업 순서가 복잡하거나 한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누락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의하자”는 말은 아무 소용이 없다. 대신 시각적으로 구분이 되는 설계, 사용자가 ‘헷갈릴 수 없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자동차의 시트벨트 알람처럼,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알림을 주거나, 기기 자체가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는 대표적인 Engineering 전략의 사례다. 사람의 실수를 전제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진짜 예방이다.
Enforcement – 실천을 유도하는 강제와 관리
두 번째 축은 Enforcement, 즉 관리·감독과 규정 준수의 유도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사람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실수는 다시 반복된다. Enforcement는 작업자가 절차와 규칙을 지키도록 유도하고, 관리자가 이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체계이다.
여기서 핵심은 ‘강압’이 아니라 ‘설득’이다. 작업자가 왜 이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 그 절차가 어떻게 본인을 보호하는지 스스로 납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지시하고 감시하는 게 아니라, 규정의 필요성과 효과를 설명하고, 실천을 독려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점검과 피드백은 Enforcement의 필수 요소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를 통해 규칙이 ‘형식’이 아닌 ‘실천’으로 자리 잡게 된다.
Education – 실수를 줄이는 인식과 훈련
세 번째 전략은 Education, 즉 교육과 훈련이다. 많은 조직들이 실수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형식적인 교육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음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 현장 중심의 교육 – 반복되는 실수 유형을 분석하고,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대응 방식을 훈련한다.
- 시뮬레이션 기반 훈련 – 위험 상황을 가상으로 경험하게 하여 기억에 남게 만든다.
- 가치관 변화 유도 – 안전과 책임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은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하며, 각자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소규모 워크숍, 팀 단위 토론도 큰 도움이 된다.
세 전략은 함께 작동할 때 강력하다
3E 전략은 독립적으로 쓰이기보다, 서로 연결되어야 효과가 커진다. 설계가 좋아도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규칙이 있어도 교육이 없다면 현장에서는 무시될 수 있다. 세 가지가 동시에 돌아갈 때, 실수는 줄어들고 안전 수준은 높아진다.
실수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치부하면 문제는 절대 줄지 않는다. 하지만 실수를 전제로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사람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고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